방문

남원 서남대학교(폐교) 방문기

박빙이 2023. 2. 12. 16:04


유튜브에 가끔 심심찮게 폐교 영상을 보여줘서 뭔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오늘 전주에서 돌아오는 길에 서남대를 지나 한번 방문해 봤다.

 

날 궁금하게 했던 것들은 이 넓은 부지를 어떻게 청산하고 사용할 계획인지도 궁금하고 

의대까지 있던 이 대학이 어떻게 폐교까지 이르렀는지도 궁금하고

무엇보다 대학인근 상가에 저 옛된 간판들을 한번 직접 보고 싶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장사를 했던 곳이니까,

서남대 내부를 좀 걸으면서 날씨 영향인지 굉장히 음침한 느낌이 들었고

관리 안된 운동장과 건물들, 담쟁이덩굴을 보며 그 당시 여기서 학교 생활을 했던

대학생들을 머릿속으로 한번 그려봤다.

옛날 벽돌건물과 간혹 학교 내에 보이는 차량들 그리고 인근 마을 구경하며

학교자체에 비리도 있다만 확실히 지방이 소멸되는 게 이제는 진짜 내 눈으로 확인한 느낌이다.

노부부 두 명만이 이 학교에서 산책 중이셨다.

아련한 안내도

깨지고 낡고 차가운 철망 그리고 빛바랜 것들이 확실히 방치된 느낌을 더욱 준다.

남원의 인구, 청춘들이 잠시라도 머물러가던 곳인데 이제 남원은 그럴 환경이 어렵다고 본다.

그나마 광한루원 쪽에 스타벅스가 생겼지만

이마저 한 스팟뿐이다.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인근 상가들을 구경하는데 나 어릴 적에나 보던 느낌의 간판들이 조금 반갑다.

학과 과업 마치고 혹은 시험을 끝내고 '너랑 나랑'을 갈지 '임꺽정'을 갈지

고민하던 대학생들도 눈에 비친다.

남원은 벚꽃도 많고 광한루원 그리고 예전엔 놀이동산도 활성화 돼있어서 

주변 부지는 텅 비었지만 그래도 청춘 피우긴 충분한 곳이었는데

정말 과거 영광이다.

당구장에서 한 게임하고 믹스커피와 짜장면 먹으며 즐거웠을 학생들도 그려진다.

오락실??

도시가스가 없나 보다.

남원 사랑방신문 보면 서남대 쪽 원룸들과 아파트들이 심심찮게 월세매물로 나오는 걸 볼 수 있다.

 

여기서 어떻게 살까.

 

대낮인데도 주변 돌아보니 주민이 한 명도 없고 편의점도 없는 곳

게다가 밤이 되면 더 무서울 것 같은데 

남자라도 혼자 못 살 거 같다.

 

그리고 심장 떨어질뻔했는데

상가 구경하다가 웬 허스키가 날 덮치려 하길래

진짜 놀랬다.

싸우면 질 것 같아서 꼬리 내리고 내가 도망갔다.


8년 연속 부실대학을 개근한 유일한 대학교라니 귀한 등록금을 내며 다녔던 학생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아직도 학교부지와 의대생 편입건에 대해 논란은 있는 상태이며

그 논란의 중심지를 한 번 방문해 보니 참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음산한 기운 가득해서 혹여 내게 귀신 붙어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